“한국 혁신에 유럽 신뢰‧미국 스토리텔링 결합해야”
K뷰티, 현재 2차 웨이브 성장 단계
수출이 아닌 글로벌 관계 구축 필요
심재영 기자 <jysim@cmn.co.kr>
[기사입력 : 2026-06-08 오후 8:51:45]
란 뷰 뷰티스트림즈 대표

[CMN 심재영 기자] “K뷰티의 두 번째 글로벌 웨이브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이제 서구 소비자들은 한국은 단순한 새로움의 원친이 아니라 고도화된 스킨케어 전문성과 피부 과학을 선도하는 ‘뷰티 권위(Authority)’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흐름을 장기적으로 지속하기 위해서는 성공의 장점에 서 있는 바로 지금, 미래를 내다보는 전략을 준비해야 합니다.”
글로벌 뷰티 트렌드 예측 전문 기업 ‘뷰티스트림즈(BEAUTYSTREAMS)’의 란 뷰(Lan Vu) 대표는 지난달 27일 서울에서 개최한 세미나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 진행된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K뷰티 산업이 직면한 기회와 과제를 이 같이 진단했다.
뷰티스트림즈는 2010년대 초반부터 한국 뷰티 기업들과 긴밀히 협력하며 1차 K뷰티 웨이브의 성망을 가까이서 지켜봐 온 독보적인 관점을 지니고 있다. 2018년 서울 심포지엄을 통해 중국을 넘어선 동남아 시장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2019년 미국 소비자 공략 전략을 제안했던 이들이 올해 다시 서울을 찾은 이유는 명확하다. 현재 맞이한 2차 웨이브를 일시적 유행이 아닌, ‘지속 가능한 글로벌 카테고리’로 안착시키기 위한 핵심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다.
란 뷰 대표는 “1차 웨이브의 하락세는 향후 유사한 침체를 방지하기 위한 중요한 교훈을 준다”며, “오늘날의 2차 웨이브는 규모와 영향력 면에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기 때문에 향후 성장세가 둔화된다면 뷰티 산업을 넘어 한국 경제 전반에 미칠 여파가 상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로레알 등 세계적인 뷰티 기업들을 보면 가장 강력한 브랜드들은 성공의 정점에 있을 때 오히려 미래의 관련 성과 혁신, 소비자 이해에 지속적으로 투자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1차 웨이브의 약화 원인이었던 ‘구조적 약점’에 대해 최근 한국 브랜드들의 인식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평가하면서도 호황기일수록 이러한 취약성이 가려지기 쉽다는 점을 지적했다. 과거 특정 수출 시장이나 유통 채널, 단기 트렌드 사이클에 지나치게 의존했던 근본적 요인들은 시장 환경이 바뀐 후에야 드러난다는 설명이다.
서구 브랜드들이 K뷰티의 콘셉트와 성분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는 현재, K뷰티만이 가진 대체 불가능한 경쟁 우위는 무엇일까. 란 뷰 대표는 ‘탁월한 혁신 역량’과 ‘빠른 적응력’을 꼽으면서도, 이제는 속도 그 이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품 콘셉트는 얼마든지 모방될 수 있기 때문에, 다음 단계의 진화는 ‘혁신 리더십’과 ‘강력한 브랜ㄴ드 구축 및 스토리텔링 역량’의 결합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K뷰티가 두 번째 글로벌 웨이브의 초기 성장 단계에 와 있다고 진단했다. 성공적으로 ‘귀여운 혁신’의 시대를 넘어 과학적 신뢰도와 웰니스 포지셔닝을 인정받고 있지만, 동시에 빠른 브랜드 증가와 가속화되는 트렌드 사이클, 유사 제품의 범람이라는 1차 웨이브 시절의 경고 신호도 다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2차 웨이브에서 가장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는 ‘북미’를 꼽았다. 란 뷰 대표는 특히 최근 미국 내에서 확대되고 있는 올리브영과 세포라의 전략적 협업에 주목했다. 그는 “이 파트너십은 한국의 혁신을 서구 주류 소비자와 연결하는 강력한 가교”라며, “접근성 확대와 프레스티지 검증, 신생 브랜드의 빠른 확장, 그리고 피부 장벽 케어나 고도화된 SPF 기술 등 정교한 한국식 뷰티 콘셉트를 현지 소비자에게 교육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럽의 경우, 성분 투명성과 피부 건강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장기적 잠재력이 크지만 소비자들이 과장된 트렌드에 회의적이며, 라틴아메리카는 수용성은 높으나 파편화된 유통 구조로 인해 확장 과정이 복잡할 수 있다는 분석도 곁들였다.
성공적인 글로벌 현지화의 모델로는 ‘라네즈’를 언급했다. 란 뷰 대표는 “한국의 정체성을 유지한다는 것이 곧 노골적인 문화적 상징이나 K팝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라네즈는 정제된 디자인 언어, 수분과 광채에 대한 집중, 예방과 장기적 피부 건강을 중시하는 철학 등 깊이 있는 한국 뷰티의 근본적 강점을 유지하면서도, 서구 소비지가 이해하기 쉬운 히어로 제품과 임상적 효능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을 단순화해 성공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자원이 한정된 중소 브랜드들을 향한 현실적인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한국 브랜드들이 자연스럽게 가진 강점인 ‘혁신의 속도’를 무기로 모든 트렌드를 쫓기 보다 ‘유럽식 신뢰’와 ‘미국식 스토리텔링’을 우선 순위에 두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5년 후에도 소비자가 왜 우리 브랜드를 신뢰해야 하는지 명확한 전문 영역을 구축하고, 창업자의 이야기나 브랜드 철학을 진정성있게 전달하는 것이 끊임없는 제품 출시보다 장기적 충성도를 확보하는 지름길이라는 뜻이다.
향후 2~3년 내 가장 빠르게 주류화될 고성장 카테고리로는 ‘색소 케어’를 주목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이미 성숙 단계에 접어들어 메이크업이나 두피 케어로 확장 중이고, 두피 건강 역시 스킨케어의 연장선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한국 뷰티 고유의 전문성과 결합했을 때 가장 폭발력 있는 영역은 색소 케어라는 분석이다.
그는 “과거의 미백 개념을 넘어 모든 인종과 피부 톤의 소비자가 고민하는 피부 투명도, 톤 균일성, 염증 후 과색소침착 완화 등으로 포지셔닝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거대한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뷰티스트림즈가 이번 서울 세미나와 맞물려 공대한 글로벌 비즈니스 플랫폼 ‘뷰티넥소스(BEAUTYNEXOS)에 대한 소개도 이어졌다. 뷰티넥소스는 단발적인 전시회나 비즈니스 교류의 한계를 넘어, 전 세계 리테일러, 유통사, 제조사 등을 연중 지속적으로 연결하고 AI 기반 번역과 글로벌 시장 인텔리전스를 제공하는 생태계다.
란 뷰 대표는 한국 뷰티 업계가 이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 가장 먼저 바꿔야 할 사고방식으로 “제품을 수출하는 것에서 글로벌 관계를 구축하는 것으로의 이동”을 강조했다. 그는 “진짜 경쟁은 국내가 아닌 글로벌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비즈니스가 필요해지기 전부터 가시성을 확보하고, 다른 브랜드와 경쟁하기 보다 협력과 파트너십을 우선시하는 생태계 지행적 사고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글로벌 무대를 준비하는 한국의 중소 브랜드 대표들에게 “글로벌 브랜드를 구축하는 일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이라며, “바이럴이나 트렌ㄷ에 흔들리지 말고 인내심을 바탕으로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에 꾸준히 헌신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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